포터의 산업구조분석기법-1

 산업구조를 분석하는 기법을 처음으로 경영전략에 도입한 사람은 Harvard 경영대학원의 Michael Potter이다. Potter는 1980년 Competitive Strategy라는 저서에서 경제학의 산업조직론에서 발전된 산업구조 분석을 기업에 적용하기 쉽도록 변형시킨 분석 틀을 제시하였다. 그의 분석 틀에 의하면 다섯 가지 경쟁적인 세력에 의해 산업의 수익률이 결정된다. 이 다섯 가지 경쟁 중, 세 가지는 수평적인 경쟁으로 대체재와의 경쟁, 잠재적 진입자와의 경쟁,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이 이에 해당한다. 그 밖의 두 가지는 수직적인 경쟁으로 공급자와 구매자의 교섭력이 이에 해당한다. 

 기존 기업과의 경쟁
 대부분의 산업에서 경쟁의 양상과 산업 전체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미 그 산업 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 간의 경쟁 관계다. 어떤 산업에서는 기업들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가격의 생산원가 이하로 내려가서 산업 전체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으며, 기업들이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하기도 한다. 또한 기업들은 광고 또는 신제품 개발, 기술혁신 등으로 경쟁하는 경우도 많다.

 산업의 집중도
 먼저 집중도란 동일 산업에 속하는 기업의 수와 그 개별기업의 규모를 말한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상위 3개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더한 3사 집중도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만일 어느 산업에 단 세 가지의 기업만 존재한다면 그 산업에서의 3사 집중도는 100%가 될 것이다. 그에 비하여 어느 산업 내의 세 개의 상위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합한 것이 10~20% 정도라고 하면, 이 산업은 비교적 경쟁적인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력산업처럼 어느 산업에 하나의 기업만이 존재한다면 이런 산업 내에서 경쟁이 없고 지배적 기업이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산업 중 전기, 가스업이나 통신업은 매우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 한편 산업 내에 소수의 기업이 경쟁하는 과점 산업에서는 가격경쟁을 자제하고 기업들끼리 암묵적인 가격담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의 집중도 측면에서 볼 때 반도체 산업에는 많은 경쟁자가 있고, 기존 경쟁자들 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특히 일상재의 성격을 가진 메모리 분야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지는 요인이 된다. 이에 반해 비메모리 분야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의 Intel이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AMD, Cyrix 등의 소수 의의 회사만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높으며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이처럼 산업이 집중되어 있을수록, 즉 그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수가 적을수록 산업의 전반적인 수익률은 높아지게 되며, 그 산업이 경쟁적일수록, 즉 많은 기업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산업의 수익률은 낮아지게 된다.

 경쟁기업의 동질성과 이질성
 산업 내 기업들 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참여하는 기업의 수뿐만 아니라 그들 기업의 전략, 목적에 따라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전략, 목적 등이 유사할 경우 훨씬 명시적 또는 암묵적인 담합이 쉬어진다. 예를 들어 과거 GM이나 Ford와 같은 미국 자동차산업 기업들은 대체로 비슷한 비용구조를 갖고 있었고, 모두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와 같은 동질적인 미국 기업들끼리는 담합에 의해 가격경쟁을 자제하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 기업과 한국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장기적인 이윤 극대화 목표 하에 적극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시장점유율을 넓히는 전략을 취함에 따라 미국 자동차산업 내에서의 공존은 깨지고 산업 전반적으로 가격경쟁이 불붙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국제경쟁이 심화할수록 이질적인 목표나 전략을 가진 국제기업들과 경쟁을 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들 간의 암묵적인 담합이 점차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기업들의 가격과 행동, 자신이 가격을 낮추었을 때 그에 대한 상대 기업의 보복 등은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지만, 외국기업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 내 기업규모의 분포 역시 산업 내의 경쟁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조직론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의 규모가 비슷할수록 경쟁의 강도는 심해진다. 반면 산업 내 지배적 기업이 존재할 경우, 즉 한 기업의 규모가 다른 경쟁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큰 경우,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큰 기업에 대항하여 가격경쟁을 하기보다는 큰 기업이 정한 가격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즉 지배적인 기업의 선도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일본 자동차산업에서는 Toyota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Honda나 Nissan과 같은 기업들은 Toyota에 대한 정면으로 도전하여 가격경쟁을 하지 않고, Toyota가 정하는 가격 수준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시장지배적인 사업자가 없고 기업 간의 크기가 비슷한 경우에는 가격경쟁이 훨씬 치열해진다. 

 제품 차별화
 산업 내에서 경쟁기업들의 제품 디자인이나 품질이 동일할수록 소비자들은 특정 회사 제품을 선호할 이유가 없어지고, 기업들은 동질화된 제품들에 대해서 가격 외에는 경쟁할 만한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제품을 우리는 일상재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메모리형 반도체는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어느 회사의 제품이든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컴퓨터를 구입할 때 컴퓨터가 원활히 작동되기만 한다면 그 안의 메모리가 삼성전자 제품이든 Micron 제품이든 개의치 않는다. 이러한 일상재의 경우에는 가격 외에는 다른 경쟁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심화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와 반대로 제품 차별화가 많이 된 기업일수록, 예를 들어 의약품이나 음식료품과 같이 소비자들의 제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가격보다는 광고나 신제품 발매 등의 차별화 기법으로 경쟁한다. 이렇게 차별화된 산업일수록 수익률이 높고, 일상재에 가까운 산업일수록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을 제품 차별화 측면에서 볼 때, DRAM은 일상재이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치열하며 수익성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ASICs과 같은 비메모리 분야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납품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차별화가 가능하며,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