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화의 목적

성장 추구
 기업들이 흔히 언급하는 다각화의 목적은 성장이다. 성장은 그 기업 조직 구성원들 모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여 준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성장을 하지 못하면, 기업의 관리자들은 승진의 제한을 받게 한다.
 한편 기업의 최고경영자 입장에서도 성장을 위한 다각화는 그 자체로 높은 효용을 준다. 특히 한국의 재벌 총수들은 규모를 기준으로 한 그런 순위에 민감하다. 따라서, 기업의 규모를 늘리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수익을 희생해 가면서도 다각화를 추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성장을 위한 다각화는 흔히 '제국건설'이라고 불려 왔다.
 경영학 이론은 이처럼 최고경영자나 직원들이 자신들의 효용을 위해서 다각화를 추구하는 것을 비효율적으로 보고 있다. 즉, 소유와 경영이 잘 분리된 경우, 최고경영자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대신 관리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만일 자신의 만족을 위하여 성장을 추구한다면, 즉 제국건설의 동기로 기업을 방만하게 확장한다면, 이는 주주의 이윤 극대화에 배치된다. 주주의 손실을 담보로 개인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는 업무상 배임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대리인 문제라고 한다.

 위험 분산
 다각화의 또 하나의 목적은 개별 사업 부문들의 경기순환에서 오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선글라스 장사와 우산 장사를 병행함으로써 비가 오면 우산을 팔고 해가 나면 선글라스를 팔아서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특히 자신의 주력사업 분야가 반도체나 철강, 조선과 같이 불경기와 호경기가 반복적으로 순환되는 사업 분야일수록, 이러한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이러한 위험 분산 목적의 다각화는 주주에게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만일 기업의 목적이 단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면, 주주는 훨씬 쉽게 자신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주주가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스스로 위험 분산을 시키는 것은 기업 자신이 다각화를 통해 위험을 줄이려는 것보다 훨씬 더 낮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개별 주주의 판단에 따라서 자신이 취하고 싶은 위험만큼 주식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범위의 경제성
 성장 추구를 위한 다각화와 위험 분산을 위한 다각화가 주주의 이윤극대화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 것에 비해 범위의 경제성 또는 시너지 효과는 다각화로 인하여 실제적인 이익이 발생한다.
 범위의 경제성이란 한 기업이 두 가지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때 소요되는 비용이 별개의 두 기업이 각각 한 제품씩 개별적으로 생산할 때 소요되는 비용의 합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범위의 경제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공통으로 투입되는 생산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투입 요소가 이 두 가지 제품의 생산에 공통으로 사용될 때, 한 기업이 두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것이 각각의 제품을 각각 다른 기업에서 생산할 때보다 적은 투입 요소 비용이 소요된다.

 시장지배력
 미국과 유럽은 전통적으로 콩글로머릿, 즉 복합기업을 규제하여 왔다. 이 같은 규제를 해 온 이유는 대형화된 거대기업들이 효율성의 증가 없이 기업의 규모만 키워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다각화된 대형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이다.
 첫째, 콩글로머릿은 여러 시장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한 시장에서 경쟁자를 물리치거나 신규기업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하여, 다른 사업 분야에서 나온 수익으로 그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벌일 수 있다. 즉, 약탈적 가격 설정으로 특정 시장에서 자기 비용 이하로 가격을 인하하여 그 경쟁자를 쫓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그 기업이 다각화된 거대기업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 분야로부터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음에 기인한다.
 둘째, 다각화된 기업들은 상호구매를 함으로써 경쟁을 자제하고 서로 암묵적인 담합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가전사업 분야가 없는 현대그룹과 자동차 사업이 없는 LG그룹은 상대방에게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구매함으로써 공동의 경쟁자인 삼성그룹을 견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호구매협정은 경쟁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셋째, 두 콩글로머릿이 서로 경쟁을 하는 경우, 이 두 기업의 여러 시장에서 상대방과 부딪힌다. 여러 시장에서 상대방과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상대방과의 경쟁을 자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내부시장의 활용
 다각화기업이 전문기업에 대해 갖는 경쟁우위 중의 하나는 자본이나 인력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특히 다각화된 기업은 여러 사업 분야에서 안정된 자금의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개별 사업부에서 나오는 자금을 통합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내부 자본시장이라고 한다. 만일 자본시장이 효율적이라면, 기업들은 좋은 투자계획이 있을 때 언제라고 쉽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본시장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이러한 다각화된 기업의 내부 자본시장은 비다각화 기업에 비해 특별한 경쟁우위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시장은 아직도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은행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 있어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거나 담보를 제시하여야 하고, 금융시장의 각종 규제는 자본을 조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편 다각화된 기업은 내부 자본시장 이외에도 내부 노동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다각화된 기업들은 관련 사업부에 있던 인력들을 신규사업부로 전직시킴으로써 훈련으로 지출되는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가 있다.
 과거 자본시장이 낙후된 상황에서, 많은 한국기업은 다각화를 통해 내부 자본시장을 형성함으로써 안정된 자본을 확보하려 하였다. 자금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재벌기업들은 은행과 주식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다각화된 사업 부문에서 나오는 현금을 가지고 각종 신규사업 프로젝트에 투자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인력 면에서도 한국의 다각화된 기업들은 내부 노동시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다각화된 기업은 이러한 내부 자본시장과 내부 노동시장을 활용함으로써 외부의 자본시장과 외부의 노동시장에 비하여 더 우월한 정보를 가질 수 있다. 외부 자본시장에는 신규 투자사업의 전망에 대하여 자세한 정보를 가지기가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위험을 보전하고자 높은 이자율/수익률을 책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자신의 여유자금을 신규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은 은행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외부 자본시장에 비해 훨씬 자본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신규사업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보충함에서도 새로이 신입사원을 공채하는 것에 비해 이미 자사의 다른 사업부에 근무하고 있는 인재에 대하여 그 회사는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다각화된 기업은 외부의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자본과 노동을 외부 시장에서 새로이 조달하여야 하는 신규기업에 비해서 훨씬 더 우월한 경쟁우위를 가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