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 통합의 비용과 이득

 수직적 통합의 정의
 수직적 통합이란 한 기업이 수직적으로 연관된 두 개의 활동 분야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직적 통합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일어난다. 후방 통합은 기업이 부품과 원료와 같은 투입 요소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반대로 전방 통합은 기업이 유통 부문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 능력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방 통합과 후방 통합의 관계는 우리가 사업부 전략에서 경쟁우위를 분석하는 데 쓰였던 가치사슬의 개념과 유사하다. 즉 기업이 전방 도는 후방으로 자신의 가치 활동을 확대하는 것을 수직적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수직적 통합으로부터의 이득을 결정하여 왔던 종래의 이론은 생산과정을 통합함으로써 발생하는 기술적인 경제성이었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철광석을 호주로부터 수송하여 용광로에서 정제하고 철제 강판과 같은 최종 생산물을 생산한다. 이와 같은 여러 생산단계를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일관제철시설을 갖추는 이유는, 한 기업이 이런 여러 단계의 생산활동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운송비와 연료비 등의 생산비용을 대폭으로 줄일 수 있는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술적인 경제성은 수직적 통합 그 자체를 완전하게 설명하여 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제철 생산과정과 같이 여러 생산단계에서 실질적인 기술적 경제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각 생산단계를 다른 기업이 소유하면서 시장을 통한 거래관계로 생산활동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와 같은 시장을 통한 경제활동의 조정은 많은 거래비용을 수반한다. 다시 말하면, 기술적인 경제성은 수직적 통합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만족시키지 못한다. 수직적 통합의 충분조건은 여러 기업이 시장을 통해 거래 관계를 맺는 것보다 한 기업의 모든 수직적 관련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거래비용의 원천
 거래비용이론에 따르면, 수직적 통합은 시장의 실패를 의미한다. 시장이 실패하는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 조건에서 살펴볼 수 있다.
 1. 소수 거래관계
 소수 거래관계는 시장실패의 원인이 된다. 시장에 소수의 거래자만이 참여하고 있을 때, 즉, 독과점 시장인 경우, 시장을 통한 거래관계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만약 철광석의 생산자와 철강 제품의 생산자가 각각 한 기업만이 존재하여 수직적인 거래관계가 형성되면 한 기업은 독점적인 구매자가 되고 또 다른 한 시업은 독점적인 공급자가 된다. 이와 같은 상방 독점에서는 양쪽의 독점력 행사로 끊임없는 협상과 흥정이 이루어지고 안정된 균형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 거래 관계는 매우 불안정할 수가 있다. 이의 경우, 수직적 통합을 통해 불안정한 시장 거래 관계를 청산하고 두 생산활동 분야를 내부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2. 자산의 특수성
 자산의 특수성은 또 하나의 시장실패의 원인이 된다. Toyota의 사례와 같이, Toyota에 전자식 엔진 컨트롤러 칩을 공급하는 니폰덴소에 Toyota의 차에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컨트롤러를 주문할 경우, 니폰덴소는 막대한 금액을 Toyota라는 단 하나의 고객만을 위해서 투자하여야 한다. 만일 니폰덴소가 컨트롤러 생산설비에 투자한 이후에 Toyota가 갑자기 신형 컨트롤러의 구매를 취소하거나 가격 인하를 요구하여 온다면, Toyota만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미 해놓은 니폰덴소는 큰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어떤 특정 고객만을 위한 투자는 되도록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같이 특정 고객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경우, 시장을 통한 거래 활동은 실패하기 쉽고 오히려 수직적 통합을 통한 기업 내부화가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이처럼 시장에서 소수 거래 관계가 존재하고 특정 고객을 위한 기업 특유의 투자가 필요한 경우, 그리고 거래당사자 간의 기회주의적인 행동이 존재할 경우, 시장 거래 관계는 실패하기 쉽다. 즉, 이미 어떤 고객이 자신에게 발목이 묶인 고객이라고 판단되면 제품의 생산자는 기회주의적으로 가격을 올릴 거나 서비스 수준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그 시장 거래 관계는 실패하게 되고 수직적 통합을 통해서 내부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3. 조세정책
 정부의 조세정책은 수직적 통합의 선택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고 있을 때, 중간재의 이전 가격을 조정하여 세율이 낮은 생산단계에서 이익이 많이 남도록 조정하여 절세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절세의 가능성은 부품 생산과 완제품 조립을 조세 구조가 각기 다른 여러 나라에서 수행하는 다국적 기업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이상에서 살펴본 세 가지 시장실패 요인, 즉 소수 거래관계, 고객 특유의 투자 필요성과 기회주의적인 행동, 정부의 조세정책 등은 시장을 통한 거래행위보다 기업의 수직적 통합을 더 유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내부화의 관리비용
 반면 시장 거래의 대안인 기업 내부화도 그 자체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사실 내부화로 발생하는 비용이 시장에서의 거래비용보다 큰 경우가 상당히 많다. 수직적 통합으로 인한 내부화의 관리비용은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1. 경영관리의 효율성
 수직적으로 관련된 여러 사업 분야를 내부화하는 데 발생하는 가장 큰 관리비용은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 분야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가에 있다. 즉, 핵심역량이 서로 다른 부문을 수직적 통합할 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비누나 샴푸와 같은 소비제품은 생산업체와 별개로 기존의 도매상과 같은 유통망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이처럼 생산과 유통 부문이 수직적 통합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생산업체와 유통업체가 서로 다른 핵심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산업체는 기술력, 제품 개발 능력, 생산능력과 같은 핵심역량이 필요하나, 유통업체는 소비자의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 가격 및 비용면에서의 경쟁력, 구매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교섭 능력, 소매점에 배달하는 물류 능력 등이 중요한 핵심역량이 된다. 만일 어느 기업이 생산과 유통단계를 통합하고자 할 때 그 기업이 유통과 생산의 각 측면에서의 핵심역량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2. 유연성
 내부화의 또 하나의 큰 비용은 기업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만일 Toyota가 외부 기업에서 부품을 구매하지 않고 수직적 통합을 통해 자체 생산을 하는 경우, 자동차산업이 불황기를 맞는다면 외부에서 구매하는 부품은 주문을 줄일 수 있지만 자체 생산하는 부품은 불황기에도 종업원에게 월급을 주면서 공장을 가동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경기순환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수직적 통합의 경우는 떨어지게 된다.